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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하여] 희곡 <그렇게 우리는>
경북 구미고등학교 3학년 김권수 수습기자  |  bulgun02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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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승인 2017.11.08  15: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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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무대 오른쪽에서 태양이 등장한다. 태양은 왼쪽으로 서서히 오르고 이에 맞춰 오른쪽 무대에서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기어 무대 왼쪽으로 향한다. 아이 옆으로 앞치마와 포대기를 두른 여자가 와서 잠시 아이의 뺨을 보듬는다. 꽃가루가 두 사람을 스쳐지나간다. 여자는 무대 왼편으로 걸어 사라진다. 이어 아이 옆으로 글자가 스쳐간다. 아이가 흥미롭게 쳐다보면서 글자를 붙잡는다. 아이가 글자를 붙잡고 일어선다. 조금 버거운지 비틀대다 곧 제대로 선다.

 

해가 무대의 5분의 1 지점에 도착한다. 아이가 유치원복을 입는다. 무대 왼편을 바라보며 걷는다(*걷는다: 무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다). 꽃바람이 아이를 스쳐간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무리가 등장하여 아이 옆을 스쳐지나간다. 그중 몇몇 이 무리에서 벗어나 아이와 같이 무대 왼편을 바라보며 걷는다.

 

아이와 옆에 있는 친구들이 실내화 가방을 들고, 가방을 멘다. 다시 걷는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멈춘다.

 

친구 1: (무리에서 살며시 벗어나며) 나는 아무래도 같이 못갈 거 같아. 저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거든.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함께 걸을 수 있을 거야.

아이: (조금 슬픈 표정으로) 알고 있어. 지금은 멀리가지만 언젠가 함께 걷겠지.

 

친구 1은 기차모양이 그려진 무대 뒤쪽으로 손을 흔들며 퇴장한다. 아이와 다른 친구들은 떠나는 친구를 보며 손을 흔든다.


해가 무대의 3분의 1 지점에 걸친다. 아이와 무리는 무대 위에 놓여있는 책상에 앉는다. 옆으로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간다.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남자아이, 화를 내며 지나가는 어른, 어디선가 날아온 축구공, 차가운 바람에 쓸리는 낙엽이 책상 옆을 지나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엄청난 추위에 모두가 벌벌 떤다. 눈바람이 아이들의 옆을 스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더욱 책상에 꼭 붙어 책을 본다. 바람이 그친 후 아이와 친구들은 다시 무대 왼편을 바라보며 걷는다.

 

해가 무대에 중간에 도달한다. 모두가 졸업복과 학사모를 쓰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후 서로 인사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아이는 다시 혼자 무대 왼편으로 걸음을 걷는다.

 

아이가 정장을 입는다. 넥타이를 곧게 메고, 서류가방을 든다. 아이의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팡이든 할아버지, 같은 서류가방을 든 아저씨, 부장이라는 이름이 적힌 아저씨, 개를 산책 시키는 아줌마. 그러던 중 아이처럼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여성이 아이의 맞은편에서 걸어온다. 아이와 여성이 스칠 때 아이는 손을 뻗는다.

 

아이: (긴장하며) 저……. 같이 걸으실래요?

여성: (볼을 붉히며) 같이 걷는 건가요? 평생?

아이: 같이 발맞추어 걷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은 아이의 손을 붙잡는다. 아이는 결혼예복을 입고,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손에 꽃을 들고 카펫 위에 오른다.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신랑 신부 옆으로 꽃다발이 스쳐지나가고, 꽃가루가 휘날린다.

 

아이와 여자는 다시 정장으로 옷을 바꾼다. 무대 왼쪽을 바라보며 함께 걸음을 걷는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해가 보랏빛으로 변한다. 조명이 어두침침해진다. 아이와 여자는 장례식장의 간판을 지나 관 앞에 깔린 돗자리에 멈춰 선다. 아이와 여자가 절을 한 뒤 상여차가 나타나 관을 싣고 아이와 여자를 스쳐 지나간다.

 

아이와 여자는 다시 무대 왼편으로 걷는다. 해가 다시 색을 되찾는다. 해는 이제 무대의 3분의 2 지점에 다다른다. 아이와 여자의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 거동이 편하게 옷을 한복으로 갈아입고는 다시 왼편을 향해 걷다 멈춘다.

 

노인: (해를 보며) 내 인생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갔소.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것들도 있소. 하지만 그대는 아직까지 내 곁에 머물고 있는구려. 정말 고맙소.

여자: (뒤를 잠시 돌아보고는 살짝 웃는다) 저도 고맙긴 마찬가지랍니다. 정말 많은 것이 그대 곁을 지나갔겠지만 당신을 저를 꼭 잡아주었죠. 저라는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줘서 고마워요. 저를 단지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게 한 건 당신이랍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해와 같이 무대 왼편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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