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계세영이의 앗 이런 영화도 있었어?
예술의 순수성에 대하여<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이세영 기자  |  dltpdud0313@an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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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승인 2018.09.11  14: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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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의 죽음을 추도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조금도 슬픈 느낌이 들지 않아요. 도리어 유쾌한 느낌까지 듭니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포스터

“선생님 작품, 되게 과대평가 된 거 아세요? 쪽팔린 줄 아세요.”
-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中


여자 주인공 ‘지젤’은 덴마크에서 10년 동안 살다 온 아티스트입니다. 동양화를 전공했고, 첫 국내 전시회를 열기 위해 갤러리를 찾지만 애매하게 거절을 당합니다. 결국 생계를 잇기 위해 덴마크에서 자신의 그림을 구입했던 고객의 딸에게 그림 과외를 하던 중 고객의 주선으로 갤러리 대표인 ‘재범’과 만나게 되는데요. 재범의 도움으로 지젤은 꿈에 그리던 첫 전시회를 열게 되고, 떠오르는 신예작가로 발돋움하려는 순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맙니다.


그런데 이 심각한 상황에서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은 유쾌하기 그지없는데요. 이러한 배경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젤의 죽음을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정말로 지젤이 죽은 것이 확실한지 의심을 품게 만들 정도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지젤은 다시 살아납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라자루스 증후군(사망했다고 판단한 환자의 호흡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는 초반 줄거리만 보면 어느 정도는 다음 내용이 예측 가능한데, <아티스트>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을 앞둔 여류 화가가 갑자기 사망하고, 또 갑자기 살아나지요.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의 한 장면


한편, 재범은 더 위대한 그림을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하던 중 깨어난 지젤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자 당황합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지젤의 유작이 엄청난 고가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숱한 사례들이 말해주듯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그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의 죽음을 통해 한층 그 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고흐가 그랬던 것처럼요. 때문에 재범은 지젤에게 계속 죽은 척하고 있으라고 설득하지만, 지젤은 그럴 수는 없다며 거절합니다.


이미 지젤의 작품은 재범 갤러리의 조작으로 점철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의 인생은 온갖 자극성과 막장으로 꾸며지게 되지요. 이 또한 순전히 작품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러던 중 지젤이 그림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영화는 표절 사태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우스꽝스러운 배경음악과 함께 보여주며 예술계의 허위와 가식을 풍자합니다.


알고 보니 표절을 제기한 화가는 지젤로, 그녀는 본명인 ‘오인숙’으로 TV쇼에 출연합니다. 결국 상황이 나빠지게 되자 재범은 지젤에게 사과하고 지젤은 재범에게 그냥 원래대로 돌아가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결국 지젤의 그림은 사회 곳곳에 기증되고, 지젤은 오인숙이라는 본명으로 돌아가 작품 활동을 계속하게 됩니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의 한 장면


예술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지젤과 상품성을 추구하는 재범. 지젤은 가명이었던 자신의 이름 ‘지젤’을 버리고 ‘오인숙’으로 돌아갑니다. 지젤은 예술가의 허위와 가식을 상징하는 이름이고, 인숙은 이러한 자신의 가명을 버림으로써 다시 순수한 예술의 세계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예술의 의미와 예술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남겨준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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