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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 수필 「보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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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승인 2018.11.06  17: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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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은 지난여름, ‘일상 속의 장애인’을 주제로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부모, 주변인 등 다양한 사연들이 총 393편 접수됐습니다. 지난달 소개해드린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작, 이영순 씨의 「기적」 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국민일보 사장상을 받은 박화진 씨의「보호색」을 밥매거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호색

글. 박화진


학교 체육 대회가 있던 날,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에게 붕대를 들이밀었다.

엄마는 그런 내 얼굴을 쓱 한 번 보시고는 ‘네 장애를 감추기 위해 다친 척 연기하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리셨지만, 나는 기어코 다치지도 않은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학교에 갔다. 또 왜 다쳤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이제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나 자신이 어이없게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사실 뇌 병변 편마비 장애인인데, 경증이라 몸이 불편한 티가 잘 안 나. 그래서 너희한테 들킬까 봐 무서워서 붕대를 감고 왔어.’라고 말할 용기는 조금도 없었으니까.

나는 장애인이면서 내 장애가 부끄러웠다. 또 어떤 수를 써서든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또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왜, 카멜레온 같은 동물은 적들에게서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 따위로 위장을 해 모습을 감추지 않는가. 나도 그거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체육대회에서 열외가 되어 벤치에 앉아 경기를 구경하는 신세가 되었다. 한여름 땡볕에 붕대를 감고 있으니 땀이 차 죽겠다 싶을 정도로 더웠지만, ‘쟤는 멀쩡해 보이는데 왜 열외야?’라는 등의 수군거림을 듣기는 죽어도 싫었다. 그러다 자유롭게 뛰면서 체육대회를 즐기는 친구들의 모습이 부러워서 괜히 서글펐다. 나도 옛날의 몸이었다면 대학 생활을 이런저런 걱정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청춘을 꽃피울 나이에 내가, 누구보다 활발했던 내가 지금 남 눈치나 보고 이게 말이 돼? 내가 어쩌다가, 왜 나야? 널린 게 사람인데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사람 중 내가!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사고는 정말 한순간이었고,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억울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질수록 비참해져 쓰라렸다. 병원에서는 내가 걸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고, 다행이라고? 나는 억울했다.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내가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더는 할 수 없게 되었고, 남을 부러워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지금도 이렇게나 비참한데. 이렇게 억울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옛 기억들이 아직도 내 발목을 잡아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에 살도록 만들었다. 자기 종목을 마친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 하는 말이, 너는 계속 앉아서 쉬고 있으니까 좋겠단다. 그래, 라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타들어 가다 못해 잿더미가 되는 기분이었다.

언제 한 번은 가끔 들리는 센터에서 나 정도면 장애인도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난 내 주변 사람들과 같지 않은데요. 병원에서도 나를 장애인이라 하는데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니, 그럼 나는 도대체 뭔가요?’ 묻고 싶었는데, 선생님의 입에서 ‘너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많아. 닉 부이치치도 말이야, 자신의 장애를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잖니. 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라는 식의 말들이 이어졌다.


- 전체 내용은 밥매거진 11월 호를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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